결렬에서 해방되기 1 (Liberation from the Rupture 1)

복층 폴리카보네이트, 자작나무,
색모래, 철사, 구슬, 주사기
50 x 50 x 4cm

2021

 
 
 
 
 

결렬에서 해방되기 2 (Liberation from the Rupture 2)

복층 폴리카보네이트, 자작나무,
색모래, 돌, 이끼, 알약
50 x 50 x 4cm

2021

 
 
 
 

결렬에서 해방되기 (2021)는 연결하려는 시도이다. 도처에 흩어진 이동과 비정상에 대한 비언어적 흥미와 육감적 유사성을 한데 모아 집합시켜 놓은 작업이다. 비정상의 형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흥미 (그래서인지 전통적인 회화 작업의 형식으로 완결되지 않은 점이 작가는 더욱 기쁠 뿐이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뿌리를 내려야 하는 숙명에 대한 메타포. 색모래와 레진, 깨진 유리, 구슬, 그 외 다양한 재료들이 한데 섞이지 않으면서 근시적으로는 하나의 평면적 표면을 이루는 지점을 만들어내는 자체에 의의를 둔다. 

표면을 창조하는 업을 지닌 이로써 동시대의 막대한 표면 양에 기함하고야 말았다.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표면을 어디에다 연결해야 할 지 알 수 없어졌다. 그리하여 탄생한 작업이 유실 시리즈이다. ‘근원 없음’과 ‘표면 간의 링크가 사라짐’ 상태와 감정적 허기에서 시작하였지만 딱히 그렇게 보이지 않는 시각화가 이루어졌다. 분명 다른 색의 모래와 레진이 쌓이면서 형태화되었지만, 근원 없는 표면으로 남기고 싶어 외적 근거와 연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유실의 재료인 복층 폴리카보네이트의 양면적 성질을 연결시키는 데에 매료되었다. 폴리카보네이트의 앞/뒤 판면은 훌륭한 캔버스다. 반면 두 판을 연결하고 지지하기 위해 10mm 간격으로 접합한 간극은 입체나 설치물로 작용하기 좋은 조건을 지녔다. 건축 자재인 복층 PC판을 활용하면 평면과 입체라는 복수 조건을 연결하려는 나의 흥미에도 부합하고, 새로운 물질을 아이코닉하게 소화하려는 의도와도 결부한다. (작가의 눈으로 직접 찾은 아이콘을 창조한다면 미술계에 잠깐이나마 접속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형식적으로는 유실 시리즈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결련에서는 주입된 물질이 기호로, 그림으로, 메타표면으로 작동한다. PC판에 주입된 것들은 무엇일까?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려는 물질이 들어 있다. 혹은 그에 가깝게 재현된 것들이 있다. 물론 색모래도, 레진도 들어있다. 자연을 모방한 색의 모래가 켜켜이 쌓이면서 흡사 지도처럼 주입된 물질들을 가리키기도 하고 에워싸기도 한다. 그러한 환경에서 뿌리를 내리려는 그 외 물질들은 원형 그대로인 것도 있고 재현된 부분도 있다. 어떤 부분은 가끔, 작가 혼자 작업실에서 그와 관련된 기억과 관념을 곱씹다가 제멋대로 내재화된 형태 그대로 주입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외부 정보와 근거를 받아들였지만 (input) 이리 저리 이동하면서 편집된 그 자체가 한없이 움직이려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발현된 작업일 수도 있다.

회화도 설치도 입체도 아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두 작업은 주관적이고 내밀한 편견이 가득한, 하지만 그것마저 세계와 연결되기 희망하는 망측함이 전부인 무엇이다. 억지스럽게 보이더라도 그 안에는 주체성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차라리 자유롭다. 오로지 내적 근거로 채워진 무언가가 단일한 매체성이 될 수 있다면, 에세이적 작업으로 몰락하더라도 강력한 연결을 기대할 수 있다. 어쩌면 결렬과 ‘예술하기’가 의제로써 한데 묶이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